
1888년은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의 역사에서 잊혀선 안될 중요한 해이다. 그 해 30대의 두 청년, 엘렛 와그너와 알론소 존스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총회에서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 (Righteousness by faith) 메시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교회의 지도자들이 두 청년의 메시지를 거부하면서 “1888년 기별”은 큰 신학적 논쟁으로 번졌다. 엘렌 화이트가 기별의 진정성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교회와 지도자들을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1888년 기별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교회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1844년의 성소 기별을 시작으로 안식일 교리, 건강 개혁, 복장 개혁 등 여러 교리가 성경을 근거로 점차 체계화되었고, 교단의 복음자들은 각 도시마다 텐트를 세우며 순회 전도에 힘썼다. 특히 일요일 교회의 목회자들과 안식일 문제로 토론을 벌이곤 했는데, 대부분의 논쟁에서 재림교회 복음자들이 우위를 점하면서 교회는 그 시기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는 율법주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장하는 듯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율법만을 강조하는 바리새인적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엘렌 화이트는 1890년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는 하나의 백성으로서 율법만을 설교해 왔기에, 이슬도 비도 내리지 않던 길보아 산처럼 메말라 버렸다.” - COR 48.3.
와그너는 어느 안식일 설교를 듣다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보는듯한 깊은 영적 확신을 경험했다고 기록했다. 예수님이 자신을 위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단순한 교리가 아니라 "개인적" 복음이라는 것을 깨닫고 갈라디아서를 이해하게된다. 와그너와 존스는 갈라디아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결국 예수님의 의 (Righteousness of Jesus)가 실제로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메시지를 확립했다. 마침내 1888년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대의 징조 (Signs of the Times) 잡지의 편집인으로 있던 와그너와 존스에게 그들의 메시지를 교회에 전달할 기회가 찾아왔다.
안식일을 주제로 한 토론과 논쟁이 교회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인 건지 당시 교회는 논쟁을 좋아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회의 리더들은 논쟁을 통해 와그너와 존스가 틀림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이유로 와그너와 존스를 총회로 초대했다. 결국 두 청년은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 메시지를 총회에서 발표하였고 엘렌 화이트와 스테판 하스켈 등 소수를 제외하고는 총회장과 대부분의 교회 지도자들은 이 기별을 적극적으로 거부했다. 엘렌 화이트가 와그너와 존스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교회에서 출교 당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엘렌 화이트는 1888년 기별이 예수님의 재림(추수)을 준비하는 “늦은 비” (Latter rain) 이자 요한계시록 14장의 세 천사 기별을 전하는 “큰 외침” (Loud cry)이었음을 깨달았다.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늦은 비는 신앙의 감정적 고조를 뜻하지도, 침례자 수의 증가를 의미하지도 않았다. 늦은 비는 우리의 의가 오직 예수님이라는 그 메시지 자체고, 이 메시지를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곧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엘렌 화이트는 아래와 같이 전했다.
"많은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야에서 잃어버렸다. 그들은 그분의 거룩한 인격, 공로, 인간 가족들에게 행하신 변함없는 사랑을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모든 권세가 그분께 주어졌으므로 그분은 인간들에게 풍성한 은사를 나누어 주시며, 값으로 헤아릴 수 없는 그분 자신의 의를 속절없는 인간 대리자들에게 나누어 주신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세상에 전파하도록 명하신 기별이다. 이것은 셋째 천사의 기별이며, 이 기별은 큰소리로 전파되고, 크나큰 성령의 부어지심이 수반될 것이다." - TM 91.2
1888년부터 1896년까지 8년 동안, 엘렌 화이트는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 기별을 거부한 교회의 지도자들과 목회자들의 태도를 “예수님을 거절한 유대인들과 동일한 정신”이라며 백번 넘게 반복해서 지적했지만 교회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총회는 선교라는 명분으로 지구 반대편인 호주로 그녀를 파송했다. 오늘날 많은 재림교인들이 이 호주파송을 순수한 선교목적이었다고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엘렌 화이트는 당시 총회장이었던 올레 올슨에게 아래와 같이 편지를 남겼다.
“주님은 우리가 미국을 떠나는 일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배틀 크릭 (Battle Creek)을 떠나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는 것을 나타내지 않으셨습니다…그러나 주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읽으십니다. 우리가 떠나기를 바라는 당신의 마음이 너무 간절함으로, 주님은 이 일이 일어나도록 허락하셨습니다… 우리가 배틀크릭을 떠나게 된 것은 주님의 길이 아니라, 스스로의 뜻과 길이 더 옳다고 생각한 이들을 주님께서 그대로 내버려 두신 결과입니다.” (Letter to O. A. Olsen, 127, 1896).
재림교회가 1888년의 기별을 온전히 받아들였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엘렌 화이트는 사탄의 전략을 논하며 이렇게 경고했다. “법왕교 (Papacy)는 거의 전 세계를 망라하는 두 부류의 사람들, 곧 자기의 공로로 구원을 받고자 하는 자들과 그들의 죄 가운데서 구원받기를 원하는 자들에게 적합하도록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법왕교가 세력을 얻는 비결이 있다.” - GC 572.2.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사랑 없는 율법주의"와 "죄의 극복 없는 구원론", 이 양극단으로 이끄는 것이 사탄의 전략이라는 의미이다.
현재 재림교회 안에는 율법주의적 모습과 복음주의적 모습이 공존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과 의를 담은 율법을 마치 세상의 법처럼 형식적으로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속적으로 죄에 머문 삶을 살면서 구원을 확신하고있진 않은지, 또 우리의 신앙이 순간의 감정에 기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직 "예수님의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 (Righteousness by faith of Jesus)야 말로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를 하나로 묶고 죄로부터 자유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해야한다.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가 곧 복음이자 늦은 비 (Latter rain)이며 세 번째 천사의 기별이다. 이 기별의 수용이 개개인의 진정한 회개를 넘어 교회의 부흥을 일으켜 재림을 준비시키는 큰 외침 (Loud cry)이다. 하나님으로부터 내리는 성령의 부어주심 (outpouring of the Holy spirit)은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 그 자체이다. 엘렌 화이트는 말한다. “여러 사람들이 내게 편지를 보내어, 믿음으로 말미암는 칭의의 기별이 세번째 천사의 기별인지 물었다. 나는 그것이 참으로 세번째 천사의 기별이다라고 대답했다.” - RH, 1890.4.1